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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지 5.0 문화운동, 사회복지의 새로운 방향

동사협 0 5 09:29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지패러다임

지난 70년간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한국 민간사회복지의 협의·조정·연계 기능을 담당해왔다. 1952년 ‘한국사회사업연합회’로 출발한 이후, 전후 사회복지의 체계화, 전문화, 제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민간사회복지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생·초고령화·지방소멸의 다중 위기 앞에서,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팬데믹 이후 국민의 의식 변화, 5G·AI의 상용화, 그리고 ‘공구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민간의 대표기관으로서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기 위한 ‘신복지 5.0(新福祉 5.0)’ 문화운동을 통해, 신뢰와 통합의 복지를 완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크게 다섯 가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➊ 신뢰의 복원 – 감시에서 신뢰로의 전환

한국 사회복지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과제가 신뢰의 부족이다. 비리 적발과 행정적 감시에 중심을 두어왔던 기존의 접근은 일시적 문제 해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장 전문가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조직문화를 위축시켜 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2017년 민간의료복지서비스에 관한 감시를 간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정행위가 감소하고 자발적 투명성과 전문가적 책임감이 증가했다. 감시 간소화를 통해 행정 절차를 40~50% 줄이면서도 서비스 품질은 향상된 것이다.

이는 신뢰기반 경영(TBM)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신뢰는 조직 자원이며, 직원에 대한 신뢰는 자율성과 의사결정 권한을 촉진하고, 이는 곧 조직의 혁신과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현장 전문가의 판단을 온전히 신뢰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성과 신뢰 위에 연계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유연한 행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➋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 복지경영의 혁신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적은 돈·적은 사람으로 더 복잡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복지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개선이 아니라, 서비스 구조·재정 구조·조직 운영방식 전반에 대한 혁신을 요구한다.

성공적인 복지경영 혁신은 세 가지 축의 결합을 필요로 한다.

첫째,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과 리더십이다. 리더는 시대적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조직으로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혁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실패를 허용하고 학습을 장려하는 혁신 친화적 문화를 조성하며, 정부·이사회·지역사회·종사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자원의 재구조화이다. 단기적으로는 중복 사업과 비효율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위탁사업 포트폴리오, 민관 파트너십, 사회적 금융 등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인력 측면에서는 핵심인재 유지를 통해 번아웃을 관리하고, 직원주도 혁신을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다. 보건과 복지 통합 전달체계 구축, 빅데이터·AI를 활용한 맞춤형 개입과 위험예측, 행정 자동화(RPA)를 통한 효율화 등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➌ 지역복지와 통합돌봄 - 자립과 공생사회의 실현

복지정책의 오랜 관행은 ‘제공자와 이용자’로 나뉜 이원적 구조 속에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제 복지는 누가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활공동체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 신복지 5.0이 지향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모든 주민이 수혜자가 아닌 ‘생활자이자 참여자’로서, 복지의 주체로 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오는 3월 27일부터 전국 시군구에서 본격 시행되는 통합돌봄 제도에도 이어진다. 통합돌봄은 보건·의료·요양·복지·주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지역 중심 복지모델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지자체별 준비 수준의 격차, 전문인력 부족, 예산 제약, 전달체계 분절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현장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지원해야 한다. 사례관리 전문가가 제시하는 자원배분의 판단을 행정이 수용하고,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자원을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지역공동체의 회복이 돌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는 주민 주도의 의식이 필요하다. 과거 두레·계·향약처럼 서로 돕던 상호부조 문화를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그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통합돌봄의 실질적 안착을 위한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통합돌봄센터 설치, 지역 돌봄협의회의 의무화, 민간 주체의 참여 확대, 다직종 전담팀 운영, 전국 통합 IT시스템(돌봄 포털) 구축 등이 구체적인 과제다.

복지는 결국 행정이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살아내는’ 과정이다. 신복지 5.0이 그리는 새로운 복지의 얼굴은 공존과 참여의 공동체, 그리고 관계의 복원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➍ 스마트복지의 실현 – 디지털화, 효율성, 지속가능성의 결합

스마트복지는 ‘복지도 스마트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복지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강조한다. 스마트 복지는 가장 좁게는 ‘디지털복지’를 의미하며, 사회복지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언제 어디든’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복지의 실현은 디지털화를 통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한국 복지 현실에서, 스마트복지는 필수적이다. 인구절벽·불평등·기후위기라는 다중 위기에 대응하려면, 한정된 자원 하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수립해야 한다

덴마크와 독일 등의 국가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로드맵을 이미 수립했다. 해외 주요 국가는 사회복지서비스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독거 어르신 및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상 돌봄과 안전 모니터링 등에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국내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복지서비스에 AI 기술을 더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구체적인 AI 활용 매뉴얼 부재, 인력, 예산 등의 문제로 AI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기술은 복잡한 행정 업무나 초기 상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안부 확인(AI 콜) 등을 맡아 사회복지종사자의 업무 과중을 덜고, 확보된 시간은 대상자의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본질적인 돌봄’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즉 돌봄 로봇, 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 등 기술을 복지에 접목하여 현장의 업무 부담은 줄이고 서비스의 질은 높이는 것이 ‘스마트 복지’의 핵심이다.

➎ K-복지의 세계화 – 한국 모델의 국제적 확산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다. 이는 한국의 복지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며 책임이다.

한국의 강점은 전 국민 의료보험의 조기 달성(1989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화(2008년), 복지 행정 디지털화(2023 OECD 디지털 정부 지수 1위)에 있다. 이러한 운영모델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 제도 설계, 운영,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패키지형 지원모델을 확장할 수 있다.

민간 사회복지 단체들의 국제 사업 사례(캄보디아 지역기반 보건체계, 베트남 장애아동 재활, 방글라데시 모자보건 시스템 등)는 현장 기반의 ‘K-복지’ 모델을 보여준다. 앞으로 정부·공공기관·NGO·교육기관·재단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재원 확보, 현지 맞춤 기획, 전문 인력 양성, 체계적 모니터링 등으로 K-복지의 실효성과 현지 적합성을 높여야 한다.

K-복지는 단순한 국가 브랜드를 넘어 인류 보편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글로벌 복지 공동체’의 축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신뢰와 통합의 복지 완성을 향하여

신복지 5.0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복지 자체를 문화로 승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감시 대신 신뢰로, 서비스 제공 대신 관계 형성으로, 공급자 중심 대신 주민주도로, 기술 중심 대신 인간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이 변화의 중심에 서야한다. 불신에서 신뢰로, 지속가능한 경영 혁신을 통해 지역복지와 통합돌봄을 실현하고, 스마트복지의 선도와 K-복지의 세계화를 추진함으로써 공생(상생)국가라는 비전을 완성해야 한다.

복지가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치유하고, 지역을 되살리는 생활 혁신의 플랫폼이 되는 그 날까지, 신복지 5.0 문화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 월간 복지저널 2026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현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bokjitimes@ssnkorea.or.kr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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