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보이지 않는 돌봄, 전력 데이터가 고독사 해법이 되다

동사협 0 38 09.25 08:57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 '한국전력공사'


지난 5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 전력과 통신 사용량이 급감하는 이상 신호가 한국전력 데이터센터에 포착됐다. AI 시스템이 안부 전화를 발신하고, 카카오톡 알림까지 보냈으나 끝내 반응이 없자, 결과가 관할 지자체에 전달됐다. 이를 확인한 담당자는 급히 현장을 방문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86세 여성을 발견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여성은 극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전북 남원에서는 90세 치매 환자의 전력ᐧ통신 데이터에 이상 징후가 감지돼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출동했다. 현장으로 가던 중 직원들은 2차선 도로 한복판을 걷고 있는 대상자를 발견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무사히 구조가 이뤄졌다.

이들을 살린 건 한국전력공사의 ‘1인가구 안부살핌 서비스’였다. 전기ᐧ통신ᐧ수도와 같이 일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소비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알림을 전달해 조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별도의 센서나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행정 비용을 줄이고 대상자의 심리적 거부감도 최소화하며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전은 2021년부터 시스템의 기반을 구축해 현재 전국 118개 지자체, 6개 기업과 협력해 1만여 명의 대상자를 돌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독사 사망자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주 1~2회 안부 전화를 걸거나 IoT 센서, 스마트밴드, AI 스피커 등을 활용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복지 담당자가 일일이 안부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고, 돌봄 대상자는 스마트밴드 같은 기기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는 것이다. 대상자의 사생활 침해와 기기 비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은 사회공헌 사업으로 2021년 ‘1인가구 안부살핌 서비스’를 출범했다. 한전은 연간 3300억 건에 달하는 AMI(지능형 검침 인프라)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자체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체계도 마련했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의 협력이 기반이 됐다. 한전은 전기사용 데이터를, 통신사는 통화와 인터넷 사용 패턴을, 한국수자원공사는 상수도 사용량 데이터를 공유한다. 재단법인 행복커넥트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추적한 휴대전화 사용 데이터를 제공한다. 휴대폰이 충전기에 자주 연결이 되는지, 얼마나 자주 잠금화면을 해제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한전의 AI 데이터센터에서 융합·분석돼 위험 상황을 판단한다. 소비량 데이터가 급감하면 1차로 AI가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반응이 없으면 카카오톡 알림톡이 전송된다. 이후에도 응답이 없으면 상황이 지자체 공무원에게 통보돼 현장 조치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를 위해 한전은 배전운영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력연구원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ICT운영처는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는 체계적인 내부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각 지역본부는 현장에서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올해 8월 기준 총 15명의 생명을 구했다.

‘1인가구 안부살핌 서비스’는 생명 구조뿐 아니라 사회복지 행정 효율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공무원이 고독사 위험군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방문하는 시간은 주 43시간에서 주 6시간으로 86% 감소했다. IoT 센서나 기기를 설치할 때 발생하는 비용 6900억원이 절감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정부는 해당 성과를 높이 평가해 2023년 보건복지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 서비스를 포함하고 전국 확대를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지역사회공헌인정제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행정안전부 ‘2024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대통령상(금상)을 수상하며 제도의 공공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이들 대상의 돌봄 서비스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이달부터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협력해 AI와 전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약계층을 미리 찾아내고 지원하는 ‘선제적 위기가구 발굴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한다. 신정부의 국정과제인 ‘AI 기반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사회적 고립 대응’을 실행에 옮기는 사업으로, 국가 안전망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한전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 데이터는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직한 신호”라며 “한전의 AI 기술이 국정 철학과 결합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 안전망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더버터가 함께 만드는 [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60호]에 게재된 기사이며, 더버터(https://www.thebutter.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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