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약물법원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마약사건 전문재판부 설치로 중독자문제와 법원의 신뢰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학회장(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약물법원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경까지 ‘마약청정국’으로 불렸으나, 2015년 무렵부터 스마트폰 보급과 SNS 확산으로 마약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3년 마약사범은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인 2만7611명을 기록했다. 특히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20~30대 청년층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마약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2년 범정부 마약류관리 종합대책을 세우고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마약류 사범 5809명 적발하고, 306.8kg의 마약을 압수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55% 증가한 수치다.
◇ 급증하는 마약사범, 처벌만으론 한계 드러내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마약류관리 종합대책이 처벌과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약 중독은 뇌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므로, 단순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특히 50.68%에 달하는 높은 재범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과 함께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시점에서 중독자 치료재활 문제 해결을 위한 형사사법체계의 체계적·종합적 대응에 있어, 법원과 판사의 문제해결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정책구상 중 하나로 '약물법원 모델'를 제시했다.
약물법원은 마약범죄를 판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원이 직접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 과정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약물법원에 참여한 피고인의 재범률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김 회장은 "약물법원 모델은 법원을 비롯한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적 신뢰 위기에 놓여있는 현실 속에서 법원의 적극적, 후견적 문제해결 역량을 보일 수 있다면, 국민신뢰 회복이라는 그 자체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길이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가 범법자에게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존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범법자에게 중독증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문제해결형 법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문제해결형 법원이 전면적인 사법개혁의 모델이 되기는 어렵지만, 부분적이고 목표대상을 분명히 한 전문화는 효과적인 사법개혁방안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문제해결형 법원의 특징으로 "문제해결의 초점을 가해자의 치료와 피해자의 보호에 맞추고, 문제해결의 자원을 '지역사회기반'에서 찾으며, 문제해결의 방식을 전문화된 법원이 관리하는데 있다"고 덧붙였다.
◇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도입…검찰의 변화 노력
이날 토론자들도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사법부의 판단과 의료적 치료, 복지 서비스가 긴밀하게 연계돼야 중독자들의 진정한 회복과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경섭 법무법인 F&L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마약 투약 사범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2024년 4월부터는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약류 사범들의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위해 치료 및 재활에 초점을 두는 시각들이 넓혀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새로운 제도나 예산확보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 변호사도 "미국과 뉴질랜드 등 해외 약물법원이 재범률과 사회적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한국형 약물법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물법원 도입에 앞서 마약류 치료보호기관들의 인프라가 대한민국 마약류 사범 치료보호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상규 한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물법원을 시행한다면, 치료 명령은 공허한 선언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사법·보건·복지 시스템이 협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과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이경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