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요양시설 수요를 줄이고 고령자가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4일 ‘함께 만드는 노인돌봄 사회’ 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돌봄 체감도 향상,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 마련, 돌봄 기반 조성 등 3개 분야 9개 과제에 대해 정책을 제안했다. 특위는 고령화와 높은 노인 빈곤율 등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의 상당 부분은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여전하다”면서 “1인가구가 증가하는 형태 등으로 인해 돌봄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원하지 않지만 요양시설·병원으로 가게 된다”고 짚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요양시설·병원의 침상·병상 수는 65살 인구 1천명 당 45.6개지만, 한국은 57.3개로 상위권에 해당한다. 특히 요양병원 병상은 한국의 경우 32.3개로 오이시디 평균(3.5개)을 훌쩍 넘는다.
이 연구위원은 집에서 거주하며 방문요양 등 돌봄서비스를 받을 때 지원해주는 재가급여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요양 월 이용한도액을 보면, 지난해 기준 시설이용이 꼭 필요하지 않은 장기요양 4등급의 경우 재가급여의 월 한도액은 134만1천원이지만 시설급여는 224만4천원이다. 요양시설을 이용할 정도의 건강상태가 아니어도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인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속적으로 가정에서 돌봄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중증 중심의 장기 요양 대상자들의 재가급여를 크게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증에 해당하는 장기요양 1·2등급도 재가급여보다 시설급여가 월 50만원 가량 높다.
또 이 연구위원은 “의료뿐 아니라 재활·이동·식사 서비스 등 서비스 종류가 확대되고 서비스간 연계도 필요하다”면서 “노인을 집에서 돌보고 싶어 하는 가족도 있기 때문에, 이들이 충분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가족돌봄휴가 등의 제도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고령자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방의료원이나 주택도시공사 등을 운영하고 있는 광역 지자체가 기초 지자체와 협력해 필요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기초 지차체는 기반시설을 갖추기 힘들다”며 “17개 광역 지자체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기초 지자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장기요양에서 제공하는 재가 서비스의 범위를 굉장히 확대해야 한다. 지역에서 혼자 살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서비스들이 필요한데, 이런 서비스가 지역에 없기 때문에 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1차적으로 거동이 불편하면 찾아가는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아플 때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예방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 생애 말기 돌봄을 통해 노후를 지역에서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짚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