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응 핵심과제
2024년 12월, 우리사회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됐다. 2001년 노인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 23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바뀐 것이다. 프랑스가 154년, 일본이 35년 걸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4년에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이 36.7%로 일본(36.5%)을 추월하여 세계 1등이 된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 다층적 과제를 던져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령화율의 증가는 생산인구의 감소를 초래하여 소득과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반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연금, 복지, 의료, 돌봄 등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한 마디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고 지출이 늘어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필자는 임금체계 개편, 정년연장, 노인연령 조정이 핵심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많은 노동자를 품을 수 있는 체제가 초고령사회에 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패키지로 개선되어야 한다. 임금구조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기업부담으로 이어져 정년연장을 어렵게 하고, 정년 연장 없는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소득 단절 구간만 확대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임금 구성을 생활급 + 직급급 + 성과급 체계로 변경시키자. 생활급은 나이에 따라 받는 정액급이다. 이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나 막내 사원이나 같은 나이이면 동일하게 받는 급여를 의미한다. 직급급이란 직급에 따라 주어진 임무의 차이를 반영한 정액급이다. 성과급은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되는 급여를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활급이 40대 후반에 최대치가 되고, 이후 감소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AES(성인균등화지수)이다. 이와 같은 급여체계를 바탕으로 정년연장, 정년후 재고용, 정년 폐지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인복지법」 등의 관련 법령 어디에도 ‘노인은 몇 살부터이다’라는 연령기준은 없다. 다만,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특성을 고려한 급여개시 기준으로서의 연령기준을 두고 있고, 생산가능 인구 산정 및 고령화율 산정 등의 통계생산에 65세를 활용하고 있다. 65세 기준은 프로이센(독일)의 비스마르크가 1889년 노령연금법에 의한 연금 지급 나이로 사용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기대수명은 44세 전후였다. 오늘날 우리는 기대수명이 82세를 초과하고 건강수명도 72세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연령도 71.6세(보건복지부, 2023)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노인연령 상향조정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다만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몇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노인연령을 건강수명보다 약간 낮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건강수명의 정의가 ‘몸이나 정신이 건강한 상태로 산 기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계별 상향이 필요하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매년 3개월씩 높여, 20년 후 70세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년과 연금(기초연금 포함) 간의 소득 단절 구간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노인연령 조정으로 소득 단절 기간이 길어지면 노인연령 조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노인연령 상향조정으로 절감되는 재원은 전액 해당 복지급여 수준 인상에 지출되어야 한다.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급여수준 인상 없는 연령 상향조정은 사회적 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방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방치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년연장(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 포함)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현재의 어르신을 포함한 향후 중소기업 퇴직자, 자영업 폐업자 등을 위한 노인일자리 확대와 패러다임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과 노인빈곤
이를 위해서는 어르신들이 당한 역사적 아픔과 기여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어르신들은 일제강점기, 6.25 전쟁, 그리고 개발 시대를 거치며 ‘피와 땀과 눈물’로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발전시킨 분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 적립방식을 채택했다. 적립방식이란 내가 내는 사회보험료를 적립하여 은퇴 후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적립방식 채택으로 국민연금 도입 전 어르신들이 기여한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사회보험료가 소멸되었다.
많은 선진국들이 제도 도입부터 당시의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내고 당시의 노인들이 연금을 받는 부가방식을 채택한 철학을 우리는 애써 무시했다. 한편 어르신들은 내가 부모를 모셨듯이 자녀를 잘 키우면 자식들도 나를 부양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높은 주택 가격,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등으로 자신들만의 삶도 버겁게 살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어르신들은 국가 및 자식으로부터 두 번 배신을 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결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노인 빈곤율(66세 이상)은 OECD 국가 평균의 2.8배 수준인 약 40%를 넘나들고 있다.
현재 노인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수단은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이다. 이상적인 그림은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급여, 그 외 소득의 합계(가처분소득)가 빈곤을 벗어나는 수준인 중위소득의 50% 이상인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대부분의 노인가구들이 빈곤을 탈피하게 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예산을 감안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노인일자리 참여비율을 노인의 10% 수준으로 하고,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 활동비를 4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노인빈곤율은 약 29%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간의 빈곤율 감소 효과는 예산 규모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초연금 수급자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대상은 둘 다 하위 70%의 노인이 대상이지만, 노인일자리는 소득이 낮은 어르신이 선정에서 더 유리한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동일한 예산을 투입할 경우 노인일자리 사업의 빈곤탈피 효과가 더 높다.
노인일자리 패러다임 전환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한 노인일자리 사업은 고령화 추이에 따라 2025년 약 110만개로 44배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은 경제적·사회적·개인적 측면에서 다방면에 걸친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고용률을 높이고(1.8%p), 실업률을 줄이고(2.9%p), 빈곤율은 완화시킨다(10.2%p). 또한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경우 비참여 노인에 비해 1인당 의료비를 연간 약 85만 원 적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액으로는 연간 9350억 원에 육박한다. 그 만큼 전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줄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참여자의 경우 우울감을 줄이는 등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무형의 가치가 노인일자리에 숨어 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사업에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노인일자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가 필요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공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인턴십 등 다양하게 분류된다. 이를 단순화시키면 정부 재정에 의하여 만들어진 1세대 노인일자리, 정부 재정과 민간 재원이 매칭된 2세대 노인일자리(시장형 사업단 등), 그리고 공공의 인큐베이팅과 민간 재원으로 이루어지는 3세대 노인일자리(고령친화기업 등)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동안 노인일자리의 대부분은 공익형 등의 1세대 노인일자리였으나, 2~3세대 노인일자리의 만족도 및 급여수준은 1세대 보다 높다.
한편 약 730만 명에 이르는 제1차 베이비부머(신노년세대)들은 학력, 소득 및 재산수준이 기존 노인들보다 높고, 다양한 가치 지향형 사회참여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1세대 노인일자리에서 2~3세대 노인일자리로 이행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노인일자리 사업 패러다임 이동 및 전환의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3년간 2~3세대 노인일자리 사업 비중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었고 앞으로도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를 잘못 이해하면 1세대 노인일자리의 절대규모가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제3차 노인일자리 기본계획은 노인인구의 약 10%를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절대적인 노인일자리 참여자 수가 매년 증가한다. 따라서 1세대 노인일자리 참여자 수를 줄이지 않아도 2~3세대 노인일자리 사업 비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아울러 향후 노인일자리 사업은 물병 등 플라스틱 수거체계 구축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돌봄 등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의 일자리 개발에 더 매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인일자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노인이 행복하면 사회가 바뀐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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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