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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초과’ 왜 안돼냐고?…“자살 위험 4배 가까이 높아”

동사협 0 319 02.14 09:24

“3개월간 계속된 야근 끝에 3일 연속 밤을 새운 날이었다. 그날 갑자기 심장이 엇박자로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체감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 직군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한기박씨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장시간 노동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회사 동료들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1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이 일하도록 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과연 온당하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도 사람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직군에 한해 ‘주 52시간 노동상한제’(주 52시간제)를 예외로 두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 등 일정 범위 내에서 주 52시간제 예외를 검토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주4일제 추진과 양립 가능하다”면서 논의 불씨를 남겨뒀다.

토론회에선 이같은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에 따른 건강궈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장시간 노동이라고 평가하는 기준은 ‘1년 평균’이 아니”라며 “불규칙 장시간 노동도 장시간 노동이다. 바짝 일하고 쉴 수 있다 하더라도 바짝 일하는 동안 과로하면 건강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은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라는 이 대표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고시상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은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근로시간 60시간,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64시간 초과하는 경우로 보고 있다.

최 상임활동가는 “주 52시간도 이미 장시간 노동”이라며 “국민건강영향 조사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연계 분석한 조사에서 1주 35∼44시간 근무자와 견줘 1주 45∼52시간 근무자의 자살 사망 위험이 3.89배, 1주 52시간 초과 근무자의 자살 사망 위험은 3.74배 높았다”고 말했다. 또 “불규칙한 노동시간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한달에 4일 이상 주말근무한 남성은 45%, 여성은 36% 우울증상이 증가했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반도체 특별법을 일제히 반대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 제도 등 이미 다양한 근로시간 유연화제도가 있다”며 “오히려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도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특례 조항은 노동자를 쥐어짜서 기업의 이윤을 향유하는 전근대적 방식으로 과로사회로 회귀하는 역사적 퇴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한겨례신문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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