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숨진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직장인 열에 셋도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중 22%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9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11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35.9%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3.5%)이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19.6%), ‘폭행·폭언’(19.1%) 등의 순이었다.
비정규직(41.3%)이 정규직(32.3%)보다 괴롭힘 경험이 많았다. 고 오요안나씨도 프리랜서로 비정규직이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노동조건이 열악한 일터의 약자들은 법과 제도의 보호망 밖에서 더 심각한 피해를 보고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359명) 가운데 54.0%가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22.8%는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자 중 비정규직(24.8%), 5명 미만 사업장(28.3%)에서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35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3%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23.7%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8%),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2.4%) 등을 꼽았다. 반면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12.8%)하거나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 신고’(5%)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9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시행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때 누구든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사실 확인 조사 후 피해 노동자 요구를 반영해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지난 1년간 괴롭힘 수위가 한층 심각해져 자해, 죽음까지 고려한 피해자들이 많아졌는데도 법에 따른 신고·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인권 침해이자 안전하게 일할 권리 박탈의 문제인 만큼 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례신문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