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내년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령자 활용과 소득공백 해소를 위한 계속고용 논의가 활발하다. 정년 연장과 정년 후 재고용을 두고 노·사와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 토론회에서 각각의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 제안이 이뤄져 눈길을 끈다.
26일 정부와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쪽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계속고용 논의에서 제시된 핵심 안은 두가지다. 현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60살 이상으로 규정된 법정 정년을 65살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정년 연장)하는 것이다. 또 다른 안은 현재 법정 정년은 60살로 유지하되 정년퇴직자를 기업이 다시 계약직 등으로 고용하는 방안(재고용)이다. 법정 정년 연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사용자단체가 고용의 경직성을 이유로 반대한다. 반대로 재고용 방식은 고령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흔든다는 이유에서 한국노총 같은 노동단체가 거부하는 상황이다. 노·사·정·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는 내년 초까지 합의안을 내놓을 작정이나, 양쪽의 의견 차이가 매우 커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 법률 개정 방안이 제시됐다. 계속고용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계속고용위 소속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어서 무게감이 실린다.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노동연구원 주최 ‘합리적 계속고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기업이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각각의 제도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김 교수는 정년 연장을 선택하는 경우, 고령자고용법에 “정년을 65살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부칙을 통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이 연장되도록 하고, 정년 연장의 적용 시점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중소기업 먼저, 대기업은 나중에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는데, 이는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놨던 정년 연장안을 섞어놓은 형태다.
김 교수는 또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엔 “사업주는 정년에 도달한 사람이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때에는 재고용하여야 한다”고 고령자고용법에 명문화하는 ‘재고용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재고용 의무 기간은 65살까지로 하고, 재고용에 따른 근로계약 기간은 최소 1년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고용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할지도 쟁점이다. 김 교수는 정년에 이른 노동자가 재고용을 원하면 기업이 재고용하도록 하되, 노사가 합의해 그 기준을 정하면 그에 따르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영훈 국립부경대 교수는 “65살까지의 계속고용 조치 의무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65살 법정 정년 연장은 65살까지의 계속고용 조치 의무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김 교수의 제도 도입 방안은 ‘개인 자격’으로 내놓은 안이지만, 정년연장·재고용 도입의 쟁점이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의 기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계속고용위 역시 여러 조문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해 다음달 12일께 경사노위 주최 토론회에서 공익위원안을 낼 계획이다.
출처 : 한겨례신문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