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간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노인가구의 소득 중 일해서 번 돈의 비중도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이들은 대부분 ‘생계형 노동’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노인의 경제생활 특성과 변화: 일과 소득’ 보고서를 보면, ‘현재 일을 하는 65살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11년 34%에서 2014년 28.9%로 내려갔다가 2017년 30.9%, 2020년 36.9%, 지난해 39%로 다시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노인실태조사(1만명 대상)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석한 결과다.
일하는 노인 가운데 다수가 생계형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노인의 77.9%가 ‘생계비 마련’ 때문이라고 답했다. 용돈 마련(6.9%), 건강 유지(6.2%), 친교·사교(2.0%) 등은 일부에 그쳤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하는 비중은 2011년 79.4%에서 2017년 73%로 낮아졌다가 2020년 73.9%, 2023년 77.9%로 다시 오르고 있다.
일하는 노인이 늘면서 노인가구의 전체 소득 중 근로·사업소득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65살 이상 노인이 1명 이상 있는 가구의 연간소득은 3468만6천원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근로·사업소득이 53.8%로 가장 많고, 공적이전소득(25.9%), 재산소득(11.6%), 사적이전소득(8.0%), 기타소득(0.7%) 차례로 조사됐다.
근로·사업소득은 12년 전인 2011년(37.9%)에 견줘 15.9%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각종 수당 등 정부의 복지혜택 수준을 가늠하는 공적이전소득은 같은 기간 25.2%에서 25.9%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자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은 39.8%에서 9.2%로 무려 30.6%가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90살 이상 노인 가구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근로·사업소득이 공적이전소득보다 많았다. 자녀의 지원은 중단되고, 사회복지 수준도 별반 나아지지 않으면서 노년이 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각자도생’ 경향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 2014년 65살 인구가 전체의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내년에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예정이다.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0.4%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4.2%)에 견줘 3배 가까이 높다.
황남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노년기에 일은 사회에 기여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자발적 선택일 때 긍정적이지만 한국에선 높은 노인빈곤율과 사회보장제도의 한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연구위원은 “정부는 기초연금 등과 같은 조세 기반의 소득안전망 내실화,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의 상향 등 다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겨례신문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