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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4% “해고 요건 강화하는 법률 개정해야”

동사협 0 295 02.17 09:37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산업대전환을 앞둔 상황이지만 정규직 과보호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이 노동개혁 방향을 설명하며 밝힌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영계는 노동개혁을 위해 노동유연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해고 요건 완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직장인의 55%는 이같은 경영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74%는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노동사회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가 해고가 어려운 사회인가’를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5.5%로 ‘그렇다’(44.5%)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는 인식은 비정규직(69.5%)이 정규직보다, 여성(60.2%)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회사의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고,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에는 해고 시기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30일 전에는 알려야 한다. 해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거나, 해고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해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된다.

하지만 해고제한 규정에 대한 직장인들의 인지도는 대체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 금지’에 대해서는 81.3%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고 예고’는 63.9%, ‘해고 사유 서면통지’는 68.1%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해고제한 규정에 대한 인지도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보다는 비조합원, 관리자급보다는 일반사원급일수록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경영계와는 달리, 직장인의 74.0%는 오히려 해고요건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직급이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필요성에 공감하는 수준이 높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19년 기준 회원국의 노동법상 고용보호 규제를 분석해 발표한 고용보호지수(Employment Protection Legislation Index·높을수록 고용보호가 엄격하고 해고가 어려움)를 보면, 한국은 2.35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2.27)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최하위권인 미국(1.31)이나 영국(1.90)보다는 해고가 어렵지만, 네덜란드(2.88) 프랑스(2.68)보다는 고용보호 규제가 약한 편이다. 집단해고만 따로 떼놓고 보면 한국의 고용보호지수는 2.31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2.40)보다 낮아, 집단해고가 회원국 평균보다 다소 쉽다.

직장갑질119 양현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으나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는 이러한 권리가 잘 보장되지 않고 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의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몇가지 형식적 조치만 취하면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자가 해고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입법·사법 차원의 논의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 한겨례신문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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