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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제도 정착 땐 노인·장애인 시설 입소 줄어들 것”

동사협 0 109 03.13 09:45

“집에 머물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요양병원·시설로 들어가고, 회복되면 다시 집으로 복귀하는 ‘순환적 돌봄’이 이뤄져야 합니다. 부모를 시설에 보내면서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비극은 중단돼야 합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한 번 요양병원·시설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분위기가 문제”라며 “시설의 역할이 노인의 기능 회복과 지역 사회 복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돌봄 체계 구축과 함께 요양병원·시설 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의대 교수 출신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제19대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2022년 9월 ‘돌봄과 미래’를 설립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2023년 3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통합돌봄 서비스가 내년 3월27일부터 전국에서 시작된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지역 사회 돌봄에 대한 최초의 법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지역 돌봄이 (여건이 허락하면) 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전국 226곳에서 지역 돌봄을 해야 할 의무가 생긴 셈이다. 법에는 지역마다 제각각이던 통합 돌봄을 누가 어떻게, 어떤 절차로 할 것인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한꺼번에 다 잘하진 못할 것이다. 앞으로 정책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제도가 정착되면 노인과 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는 사례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집에서 의료·복지가 연결된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현재 요양보호사(노인)나 장애인활동지원사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치과의사 등의 방문 진료가 늘어날 것이다. 질환을 예방·완화하기 위해 물리치료, 운동 관리사 등의 방문도 이뤄지게 된다.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가듯 노인들도 서로 어울리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가 동네마다 늘어날 것이다.”

—지역 돌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신세대 노인’ 등장을 강조했다.

“1930~40년대 태어나 일제강점기·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지만,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했던 전통적인 노인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신세대 노인’이 오고 있다. 약 1600만 명에 달하는 1차(1955~1963년생)·2차(1964~1974년생) 베이비붐세대가 노년층으로 진입 중이다. 이른바 ‘386세대’(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세대로 ‘정치적 훈련’이 돼 있다. 이들은 규모도 크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등 본격적인 ‘노인 정치’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문화적으로도 앞 세대와 많이 다르다. 요양병원·시설에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지역 돌봄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훗날 엄청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시기적으로 많이 늦은 편이다.”

- 통합돌봄법이 시행되면 요양병원·시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역 통합돌봄은 노인 등이 최대한 집에서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긴 하다. 하지만 최중증의 경우 집에서 돌봄이 어려운 만큼, 요양병원·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처럼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분위기가 문제다. 요양병원·시설의 역할이 노인의 기능 회복과 지역 사회 복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치료·운동·재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이에 맞는 인력을 보강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집에 머물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시설로 들어가고, 회복되면 다시 집으로 복귀하는 ‘순환적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병원·시설에서 나오면 갈 곳도 없고 온전히 가족 부담이 된다. 노인·장애인이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주거를 개선하고 보조기기 지원과 낮에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재활을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가족은 돌봄 당사자와 유대감을 가지면서 도움을 주는 정도만 돼야지, 지금처럼 온 가족이 마치 노예처럼 희생하는 상황은 위험하다. 자신의 부모를 요양병원·시설에 보내면서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지역 돌봄 체계 구축과 함께 요양병원·시설 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법 시행이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준비 정도가 미흡해 보인다.

“지역 돌봄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정책이다. 보건의료·복지·주거 등 굵직한 사안을 포괄해야 하는 만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복잡하다. 지역의 기관이나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속된 말로 ‘난장판’이 될 수 있다. 중앙 정부가 준칙이나 모형을 만들어 교육도 하면서 준비가 부족한 지자체를 끌어올려 상향 평준화를 시켜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등과의 협조도 중요하다. 지자체 나름의 상황과 경험을 통해 그 지역에 맞는 돌봄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처음엔 혼란스럽지만 긴 안목을 갖고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재정과 인력 지원도 너무 중요하다. 시·군·구 전담 조직 구성 등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에서 인력·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인 돌봄 재정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돌봄의 관점에서 보건복지 사업의 재편성, 돌봄의 지방 기금화 등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 어려운 과제다.”

—통합돌봄이 노인·장애인에 이어 점점 확대하려면 재정 부담이 클 것 같다.

“고령화는 사실 기회의 측면이 꽤 강하다. 새로운 돌봄 수요가 생기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서비스와 물자가 필요하다. 보건의료·사회복지·주거 서비스 등 수요가 늘어나면 이와 관련된 고용이 증가한다. 몸이 불편한 상태로 집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보조기기·의료기기가 필요하고, 건강 상황을 확인하는 정보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노인과 장애인을 집에서 돌보는 ‘필요’가 산업의 육성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돌봄을 확대하면 재정이 많이 들어간다는 걱정이 있는데, 이런 새로운 고용과 산업의 발전을 통해 세금으로 회수되는 ‘돌봄의 선순환’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수 효과(지출보다 더 많은 수요 창출)를 높이기 위해선 돌봄 물자 생산을 국산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요양·주택 서비스 등의 산업화는 신중해야 한다. 노인·장애인은 정보가 부족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나.

“지역 돌봄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돌봄은 보수·진보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지역 돌봄은 최소 30년 이상 유지될 정책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달라지면 교육 제도 같이 부작용이 커진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돌봄을 점점 확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성엔 여야 모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두 번째는 재정의 문제다. 돌봄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선순환된다는 점을 생각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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