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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타임즈 오피니언> 뿌리가 없다…법적으로 ‘사회복지’란 무엇인가?

동사협 0 2,412 2018.12.17 14:46

뿌리가 없다…법적으로 ‘사회복지’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통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취득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개론을 위시하여 사회복지법제 등 ‘사회복지’라는 명칭이 포함된 교과목을 이수하고 시험을본다.

사회복지사 자격 및 국가시험에 관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 및 동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규정되어 있다. 사회복지사업이든, 사회복지사이든 이것의 근간이 되는 단어는 ‘사회복지’이다.

우리 헌법 제34조 제2항에서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보장기본법』과 『사회복지사업법』 어디에도 ‘사회복지’란 무엇인지 용어를 정의하고 있지 않다.

‘사회보장’, ‘사회복지사업’, ‘사회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용어의 정의를 두고 있어 법률 용어로서 공식성을 띠고 있는데,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복지’는 그 의미와 정의가 무엇인지, 어디에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복지’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말한다. 도대체 ‘사회복지’란 무엇인가? 법적으로 용어를 규정해야 하는데, 규정이 없다. 그런데 ‘사회복지’라는 용어는 무수하게 쓰이고 있다. 어느 법에 규정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누구도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공론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복지’는 필요하다거나 옳은 것이라고 동의하면서 ‘사회복지’ 또는 ‘복지’라는 용어가 포함된 많은 파생용어와 정책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사회복지’ 의미와 정의, 어디에도 규정하지 않아

그렇다면, ‘사회복지’ 또는 ‘복지’의 법적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기존의 법 규정 중에서 가까운 용어들의 규정을 살펴보자.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

이 규정에서 사회보장의 개념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사회보장 종류 또는 유형을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의 방법론적 관점에서 제도적 유형은 전통적으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로 나누어진다. 사회수당은 가족수당, 아동수당 등 복지국가에서 보편적 제도로 도입되었고, 사회보장의 세계사적 전개에 따라 보험방식, 부조방식, 수당방식으로 변화, 발전해 나갔다.

1880년대 독일 비스마르크의 사회보험 도입 이래 영국 구빈법의 출발 그리고 한계를 넘어 공공부조가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를 선언한 영국에서 보편적 아동수당을 도입한 이래 사회보장제도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수당 등의 형태로 진화되어 왔다.

그런데 ‘사회보장’의 정의에서 ‘사회수당’이 누락되어 있고, 오히려 ‘사회서비스’가 추가되어 있다. 보험과 부조는 물질적 또는 유형의 급여로 제공되고 서비스는 무형의 비물질적인 급여로 제공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사회보장의 개념적 범위에 ‘사회서비스’가 들어가는 것은 어색한 측면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월부터 아동수당법이 시행됐다. 그렇다면,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의 정의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것은 ‘사회보장’보다 ‘사회복지’ 개념이 더 적절해 보인다. ‘사회서비스’ 대신 ‘사회수당’을 포함하여 규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서비스’는 무엇인가? ‘사회서비스’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4호).

이 법에서 ‘사회서비스’는 일단 ‘제도’로 규정되어 있다. 이 제도는 각 분야(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에서 제공되는 급부(상담, 재활, 돌봄, 정보 제공, 시설 이용, 역량개발, 지원 등)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너무 많은 분야에 적용되고 너무 제한적인 급부에 한정되어 있어 ‘서비스’로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일자리 제공’은 누락되어 있으니 서비스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게다가 다른 법에서 ‘사회서비스’의 정의는 다르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제3호는 ‘사회서비스’란 교육, 보건, 사회복지, 환경 및 문화 분야의 서비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서비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의 서비스를 말한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사회서비스’란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제2호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서비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평등하고 실효적인 법 적용 위한 용어 정의 중요

이와 같이 ‘사회서비스’는 서로 다른 법률들에서 서로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이에 대한 조정과 개정도 필요하지만,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서비스’ 규정이 가장 광범위하며 ‘사회복지’의 개념에 가장 가깝다.

그런가하면,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5호에서 ‘평생사회안전망’이란 생애주기에 걸쳐 보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기본욕구와 특정한 사회위험에 의하여 발생하는 특수욕구를 동시에 고려하여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여기에서 ‘평생사회안전망’은 오히려 ‘사회복지’ 개념에 가깝게 규정되어 있다. 또한 『사회복지사업법』제2조 제1호에서 ‘사회복지사업’이란 보호·선도 또는 복지에 관한 사업과 사회복지상담, 직업지원, 무료숙박, 지역사회복지, 의료복지, 재가복지, 사회복지관 운영, 정신질환자 및 한센병력자의 사회복귀에 관한 사업 등 각종 복지사업과 이와 관련된 자원봉사활동 및 복지시설의 운영 또는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 같이 볼 때,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사회복지’ 또는 ‘복지’에 대한 정의는 없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사회보장’의 정의와 ‘사회서비스’ 등의 정의가 ‘사회복지’의 정의와 유사하게 규정되어 있다.

법적 정의는 학술적 정의와 일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법이 평등하고도 실효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주요 법적 용어에 대한 정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대 ‘사회복지’, ‘복지국가’ 등의 용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회복지법을 말하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에 대한 법적 정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명한 입법을 기대해 본다.



- 윤찬영 전주대학교 교수 -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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